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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라광태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6-10-0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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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4일(현지 시간)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현지에서 주재한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나란히 섰다. 황 CEO는 이날 SK그룹과 5000억 달러(약 730조 원) 규모의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발표했고 “메모리를 많이 사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로부터 두 달 뒤 샌프란시스코 아시안미술관(Asian Art Museum)에서 한국 ‘단색화’의 거장이자 ‘아방가르드’ 실험 미술의 선구자인 하종현(91)의 북미 대륙 첫 미술관 회고전이 막을 올렸다. SK와 포도뮤지엄은 이 전시의 메인 스폰서로 이름을 올렸다. 9월 25일 공식 개막을 앞두고 미술관 이사회를 대상으로 한 23일 오프닝 행사에 내걸린 후원자 명단은 거대한 문화 권력의 지형도 그 자체였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제리 양 야후 공동창업자, 제임스 콜터 TPG 캐피털 공동창업자, 토니 베이츠 제네시스 CEO 등. 실리콘밸리를 쥐락펴락하는 기술 자본과 금융 권력이 한국 미술을 중심으로 모인 생경한 광경이었다. SK·포도뮤지엄 후원으로 9월 25일부터 샌프란시스코 아시안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하종현 회고전. SK·포도뮤지엄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에서 9월23일(현지시간) 열린 이사회 대상 하종현 전시 오프닝에서 후원자들에 대한 감사 영상이 소개되고 있다. SK와 포도뮤지엄을 비롯해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등 테크 기업의 주요 리더들이 이름을 올렸다. 샌프란시스코=조상인기자 이들은 왜 캔버스 뒷면에서 물감을 밀어내는 구순 노화가의 작업에 열광할까. 기업의 예술 후원은 더 이상 단순한 사회공헌(CSR)이나 자선 활동이 아니다. 그것은 기업의 철학과 품격을 증명하고 대체 불가한 브랜드 가치를 창출하는 가장 고도화된 문화 외교이자 ‘전혀 다른 차원의 목적’을 향한 투자의 정.이다. 하종현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은 ‘접합’ 연작에서 드러나는 특유의 ‘배압법’이다. 올이 굵은 마대 뒷면에 두꺼운 유화 물감을 바른 후 강하게 밀어내 앞면으로 물감이 배어 나오도록 하는 기법이다. 전쟁 직후 빈곤한 시기를 살았던 작가에게 마대 자루는 군량미를 담는 것인 동시에 전쟁터의 진지를 쌓는 모래 자루이기도 했다. 철조망·용수철·신문 등 일상의 재료를 예술의 재료로 끌어들이던 작가의 실험성이 가혹한 육체적 노동과 결합해 현대미술의 독창적인 방법론이 됐다 백경다운로드 . SK·포도뮤지엄 후원으로 9월25일부터 내년 1월25일까지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에서 열리는 하종현 회고전 전경. 사진제공 SK·포도뮤지엄 전시는 하종현의 혁신과 실험의 60년을 관통하는데 흥미롭게도 반도체 산업의 궤적과도 맞닿아 있다. 나노미터 단위의 미세 공정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기업은 천문학적인 자본과 시간, 그리고 뼈를 깎는 인내를 투입한다. 실리콘 웨이퍼 위에 회로를 새겨 넣는 고도의 기술적 집념은 캔버스 뒷면에서 물감을 밀어내는 작가의 우직한 노동과도 겹친다. SK가 글로벌 테크 고객사들이 밀집한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어리어에서 하종현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가 이것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숫자와 스펙으로 환산되는 기술 그 너머 기업이 오롯이 지켜낸 끈기와 철학, 심오한 내적 깊이를 펼쳐보이기 충분하다. 예술을 매개로 구축한 무언(無言)의 신뢰는 어떠한 프레젠테이션보다 강력하다. 회고전 개막 직후 무대는 뉴욕으로 옮겨간다. 9월 28일 뉴욕 맨해튼 시프리아니 사우스스트리트에서 열린 코리아소사이어티 연례 갈라에서 황 CEO가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한 인물에게 주는 밴 플리트상을 받았다. SK는 이 행사의 최상위 등급 후원사로 이름을 올렸다. 최 회장 곁에는 아이보리 저고리에 연노란 한복치마 차림의 김희영 포도뮤지엄 총괄디렉터가 자리했다. 엔비디아와 한국 반도체의 협력을 축하하는 만찬장에서 한복은 존재만으로 한국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기술 동맹의 무대인 동시에 문화 외교의 현장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9월 30일 영국박물관에서 열린 KH컬렉션에 방문한 앤 공주 일행을 안내하고 있다. 삼성전자 이날 현장에 함께했던 이 회장은 행사 직후 런던으로 향했다. 런던 영국박물관에서 10월 1일 개막한 ‘이건희 컬렉션’ 전시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워싱턴 DC 전시에 이어 영국으로 넘어간 이 전시는 삼성가가 일궈 국가에 기증한 역사적 헤리티지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보여주는 자리다. 개막 전날 행사인 갈라 디너에는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삼성가가 총출동했다. 영국 왕실의 앤 공주를 비롯해 정·관계와 재계, 문화계 인사 240여 명이 자리를 채웠다 모바일 바다시즌7 . 크리스토프 푸케 ASML CEO, 안드레아스 페허 자이스 CEO, 패트릭 반데나멜레 아이멕(imec) CEO 등 삼성전자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 회장은 환영사에서 가족이 여러 세대에 걸쳐 예술과 문화를 보존하고 함께 나눠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 왔다고 말했다. 2000년 한국 문화유산을 매개로 런던 한복판에서 반도체 기업의 네트워크가 다시 결속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3일 공식 개막하는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모마)의 전시에도 후원사로 참여했다. 방탄소년단(BTS) 리더 RM이 자신의 컬렉션을 처음 공개하는 동시에 큐레이터로도 협력한 특별전 ‘비트윈 유 앤드 미(Between You and Me)’는 철저히 동시대성을 겨냥한다. 글로벌 대중문화의 아이콘이 자신의 안목과 경험을 공개하는 이 같은 전시는 테크 친화적인 젊은 리더들과 힙한 대중의 시선을 동시에 사로잡기에 유리하다. 혁신적인 예술가 하종현, 견고한 수집가로서 ‘이건희 컬렉션’을 이룬 고(故) 이건희 회장, 동시대 문화의 리더인 RM 같은 상징적 인물의 활약에 기업의 든든한 후원이 겹쳐지면서 대한민국 산업 전반에 막대한 파급효과를 일으키는 중이다. 사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처럼 한류가 먼저인지 경제성장이 먼저인지 따질 순 없지만 우수한 첨단산업과 탁월한 한국 문화가 만나 눈덩이(Snowball) 효과를 만드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단적인 예로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RM 전시와 연계해 이번 SF모마의 미술관 아트숍에 국립박물관 문화상품 ‘뮷즈(MU:DS)’를 대거 선보였다. 해외 박물관 대상 단일 수출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약 11만 달러어치의 뮷즈를 공개했다. 기업이 최전방에서 개척한 문화적 영토는 스노볼 효과를 일으키며 국가 브랜드 가치 상승과 실질적인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로 이어진다. BTS의 RM이 큐레이터로 참여해 자신의 소장품들을 선보인 ‘RMxSFMOMA:당신과 나 사이’ 전시에 맞춰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미니어처 반가사유상 등 약 11만 달러어치 이상의 ‘뮷즈’를 미술관 문화상품으로 수출했다. /사진제공 국립박물관문화재단 글로벌 유수의 기업인들이 예술을 후원하고 수집하는 행위는 단순한 ‘미술 투자’를 뛰어넘는다. 특히 미국 등 서양 미술관의 역사를 살펴보면 자본이 어떻게 예술을 통해 영원한 생명력을 획득하는지를 알 수 있다. SF모마에서도 이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야마토다운 . 수백억 원어치 소장품들로 층층이 다채로운 전시를 보여주는 이 미술관은 글로벌 의류 브랜드 갭(Gap)의 창업주 도리스 피셔와 도널드 피셔 부부의 기증품인 ‘피셔 컬렉션’으로 유명하다. 피셔 부부는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1970년대 중반부터 알렉산더 콜더, 앤디 워홀, 리처드 세라 등 전후 현대미술사의 흐름을 바꾼 핵심 명작 1100여 .을 수집했다. 돈으로 환산하면 수조 원대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가치의 컬렉션이지만 이들은 판매를 통한 차익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대신 2009년 SF모마와 100년 장기 대여라는 역사적인 파트너십을 맺고 대중에 공개했다. 빌 게이츠 등 미국의 테크 거물들이 예술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한다. 자본과 기술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언젠가 소멸하거나 대체된다. 하지만 당대의 시대정신을 완벽하게 포착한 예술 작품과 이를 후원해 대중과 공유한 기업의 이름은 ‘미술관’이라는 견고한 제도를 통해 영원한 생명을 갖는다. 기업의 성장이 미술사적 가치 창출과 동행할 때 기업은 비로소 돈으로 살 수 없는 ‘영속성’이라는 자산을 획득하는 것이다. BTS의 RM이 자신의 소장품 142。을 처음 공개하고 큐레이터로도 참여한 전시 ‘RMxSFMOMA: 당신과 나 사이’가 열리는 SF모마 전경. 이번 전시는 삼성전자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 등이 후원했다. 샌프란시스코=조상인기자 바야흐로 K테크와 K아트가 동행하는 시대다. 과거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이 가성비 좋은 제품을 파는 제조업 중심의 ‘세일즈’였다면 지금의 진출은 문화를 매개로 세계인의 정신적 공감을 이끌어내는 ‘외교’다. 초정밀 반도체 기술로 세계경제의 신경망을 장악한 기업이 그 위상에 걸맞은 수준 높은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후원할 때 글로벌 시장은 한국을 비로소 존경받는 문화 선도국으로 인식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하종현의 전시장. 그의 캔버스 앞에서 언어와 인종을 넘어선 글로벌 리더들이 침묵 속에 교감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아는 기업만이 미래의 패권을 쥔다. 예술은 고객 유대감을 심화하는 ‘관계 구축 도구’이자 강력한 ‘감성적 비즈니스’이다. 도이치방크와 UBS가 각각 프리즈와 아트바젤을 20년 넘게 후원하는 것도 기업의 혁신성을 대내외에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글로벌 스탠더드로 보면 기업의 K아트 후원은 단순한 비용 지출이 아니라 초격차 브랜드 이미지를 선.하는 가장 고도화된 전략적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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