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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사무실을 나서다가 복도에 켜진 작은 등을 봤습니다. 낮에는 몰랐던 불빛이었습니다. 어둠이 깊어지자 그 빛이 계단을 드러내고 발걸음을 지켜 주었습니다. 빛은 자신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저 있어야 할 자리에서 일을 합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향해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고 말씀하신 뜻도 여기 있습니다.
우리는 신앙을 예배당 안에서 확인하려 합니다. 얼마나 기도하고 말씀을 알며 봉사했는지를 묻습니다. 물론 소중한 일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등불을 말 아래 두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예배당에서 받은 은혜가 현관문을 나서자마자 멈춘다면, 우리 주변의 어둠은 누가 밝히겠습니까.
먼저 일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야 합니다. 같은 일을 해도 그 일을 돈을 버는 수단으로만 여길 수도 있고, 누군가의 삶을 돕는 자리로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식당에서 밥을 짓는 사람은 한 끼를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지친 사람의 하루를 위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버스나 지하철을 이끄는 분들은 승객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인도하는 삶의 파수꾼 정체성을 가져야 합니다. 일을 대하는 마음이 우리의 자리를 빛나게 합니다.
성경은 브살렐이라는 장인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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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성막을 만드는 일에 부름받았습니다. 나무와 금속을 다루는 기술로 하나님께 쓰임을 받았습니다. 거창한 종교적 행위만 거룩한 것이 아닙니다. 맡은 일을 정직하고 성실하게 감당하는 것, 익숙한 일 속에서도 한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것, 그것이 일터에서 드리는 예배입니다. 생업이 소명이 되는 순간입니다.
빛은 사람을 향해야 합니다. 우리는 일을 잘하면서도 가까운 사람에게는 차갑게 굴 때가 있습니다. 고객에게는 친절하지만 가족에게는 무심하고, 윗사람에게는 공손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의 사람에게는 인색합니다. 그러나 빛은 사람을 가려 비추지 않습니다. 먼저 인사하고 이름을 불러 주고, 함께 수고한 이의 몫을 인정하는 작은 행동이 한 사람의 하루를 바꿉니다. 신앙은 큰 구호보다 작은 관계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빛으로 산다는 것은 늘 환하게 웃거나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때로는 손해를 보더라도 거짓말에 동참하지 않는 용기이고, 잘못했을 때 먼저 사과하는 겸손이며, 지친 이의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듣는 인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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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말 한마디보다 필요한 것은 어두운 순간에 곁을 지키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이 축복의 통로가 됩니다.
예수님은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고 하셨습니다. 빛의 목적은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내 친절이 누군가에게는 하나님의 살아있음을 보여주고, 나의 정직이 누군가에게는 아직 믿을 만한 세상이라고 생각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직하게 살아도 어려움을 당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 사명의 빛은 끄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 삶의 자리에서 작은 촛불 하나를 밝힙시다. 오늘 내가 만날 사람의 어두운 앞을 빛으로 밝혀 줍시다. 묵묵히 계단을 비추는 복도의 작은 등처럼, 그 사람이 다음 걸음을 내딛도록 곁을 밝혀 주는 것이 일상의 사명입니다. ‘저 높이 솟은 산이 되기보다, 여기 오름직한 동산이 되길’이라는 찬양 가사처럼, 일상이 사명의 자리라는 것을 잊지 않고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섬김을 다하는 우리가 되기를 축원합니다.
임정수 목사(포항대도교회)
◇포항대도교회는 1904년 미국 북장로회 선교사 맹의화(맥파렌) 선교사에 의해서 세워진 포항 최초 교회로 전도와 선교, 그리고 이웃 사랑의 세 축으로 힘차게 주의 일을 감당하는 아름다운 신앙 공동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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