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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공기 엔진·기체 제작사 분리 운영이 업계 표준”
● “한화 인수 시 다쏘·사브 등 경쟁사가 한화 엔진 기피할 것”
● “KAI 협력 사천 중소업체 납품 기회 축소도 우려”
● “R&D 인력, 한화로 유출되면 사천엔 생산기지만 남아”
한화그룹이 지난 5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바꾼 뒤, KAI 노동조합은 넉 달째 공개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 한화는 지난해 11월부터 KAI 주식을 사들여 지난 8월 기준 지분 15.89%를 확보, 한국수출입은행에 이은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노조는 한화가 경영참여 의사를 공식화한 직후인 5월 7일 성명을 내고 "단순 투자 행위를 넘어선 명백한 경영 개입 시도"라고 규정했다. 이어 8월 12일에는 한화의 기업결합을 불허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9월 2일에는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어 한화 계열사 3곳의 KAI 지분 15.89% 취득 승인을 전면 재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공정거래법상 상장사 주식을 15% 이상 취득하면 기업결합 신고 대상이 된다. 다만 신고 대상이 됐다고 해서 곧바로 일반 기업결합 심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공정위는 한화그룹이 "KAI를 실질적으로 지배할 수준의 지분을 보유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해 일반심사 대상에서는 제외했다. 향후 한화가 KAI의 최다 출자자가 되거나 임원 겸임 등을 통해 지배력을 확보할 경우 별도의 기업결합 신고와 심사가 다시 이뤄질 수 있다.
9월 8일 경남 사천시 KAI 노조사무실에서 만난 김승구 KAI 노조위원장은 "공정위가 한화의 KAI 인수를 일반 기업결합 심사에서 제외하려면 한화와 KAI의 경쟁업체인 다른 방위산업체의 이야기를 들었어야 했다"며 "하지만 9월 2일 공정위 규탄 집회에서 만난 공정위 심사 담당자는 이를 확인한 것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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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
직원과 조합원이 나서서 KAI 지켜야
노조는 왜 한화의 KAI 지분 매입을 인수 시도로 보고 있나.
"한화가 스스로 경영참여를 선언했다. 노조로서는 한화가 단순히 재무적 투자를 위해 KAI의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례적으로 사측인 KAI보다 노조가 먼저 한화의 지분 인수 반대에 나서고 있다.
"KAI의 특수성 때문이다. KAI는 정부 지분의 영향력이 큰 회사이고, 사장도 정부가 선임하는 구조다. 흔히 '주인이 없는 회사'라는 표현도 나온다. 오너가 있거나, 확실한 대주주가 있으면 지분 매입에 대응하기 위해 방어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KAI는 그런 구조가 아니다. 노조는 KAI의 주인이 결국 직원과 조합원이라고 생각한다. 회사가 공식 입장을 내든 내지 않든 우리가 우리 자신을 지키고 KAI를 지켜야 한다고 봤다."
KAI 대주주는 수출입은행이다. 수출입은행 결정이 없다면 한화의 KAI 인수는 불가능한 것 아닌가.
"수출입은행이 공식 발표를 하면 이미 늦은 뒤다. 과거 공기업 민영화 사례를 보면 정부가 발표할 때쯤엔 내부적으로 거의 결정이 끝난 뒤인 경우가 많았다. 그때 가서 바로잡으려면 지금보다 훨씬 힘들다."
사측과는 대응 수위에 대해 논의한 바가 있는가.
"회사도 입장을 밝혀야 하지 않겠느냐고 사장과 경영진에 전달했다. 하지만 회사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아직 나설 때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다만 노조가 필요로 하는 자료나 홍보·미디어 대응 측면에서 도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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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측은 항공·우주·방산 역량을 결합해야 글로벌 방산 시장 수주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방산 수출은 일반 민간기업 거래와는 구조적으로 많은 것이 다르다. 기업이 생산은 하지만 실제 거래는 정부 간 관계, 외교·안보 환경, 수출 승인, 수입국 정부의 판단 등이 모두 얽혀 있다. '한 회사가 커지면 무기를 더 잘 팔 수 있다'는 식의 접근은 항공 방산 수출의 현실을 너무 단순하게 보는 것이다. 오히려 수주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KAI, 한화에 인수된다면 사천 생산기지로 남을지도…
회사가 합쳐지면 수출경쟁력이 오히려 떨어진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화는 KF-21의 엔진을 생산한다. 이 엔진을 해외에 팔려면 KF-21 외에도 경쟁 기종인 라팔을 만드는 프랑스의 방산 기업 다쏘, JA-37(그라펜)을 만드는 스웨덴의 사브를 설득해야 한다. 지금이야 설득 가능하겠지만 만약 한화가 (KAI를 인수해) KF-21을 생산하게 된다면 다른 전투기 생산사는 한화의 엔진을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
KAI를 인수했다고 다른 회사들이 한화의 엔진을 외면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KAI가 경쟁 기체를 만드는 회사가 되는데, 누가 경쟁사의 핵심 부품을 쉽게 선택하겠나. 군용 항공기를 만드는 회사와 엔진을 만드는 회사는 각자의 영역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협력할 수 있다. 하지만 둘이 한 그룹 안으로 들어가면 다른 군용 항공기 업체들은 한화 엔진을 경계할 가능성이 커진다."
다른 나라에서는 한 회사가 엔진 제작과 군용 항공기 제작을 겸하는 경우가 없나.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선 없다. 미국의 방위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이나 보잉도 엔진을 직접 제작하지는 않는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이나 롤스로이스, 프랫앤드휘트니 등 엔진 제조사의 엔진을 자사가 제작하는 항공기에 탑재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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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측은 자사에서 개발하는 엔진, 레이더, 우주·위성 기술이 KAI의 후속 군수지원과 수출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그런 협력은 지금도 할 수 있고, 실제로 하고 있다. KAI가 항공기를 수주하면 엔진 정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맡을 수 있고, 레이더나 전자장비는 한화시스템을 포함한 협력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다. 오히려 한화가 KAI를 인수하면 KAI에 부품이나 장비를 납품하던 인근 중소 협력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중소 부품업체들이 납품하던 부품 대신 한화가 자사 부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
"한화가 KAI를 인수하면 한화와 그 계열사가 공급하던 부품이나 장비의 범위를 더 확대하려 할 수 있다. 당연히 KAI 주변에 있는 중소 협력업체도 위험을 느끼고 있다."
KAI가 위치한 사천에도 영향이 있을까.
"KAI는 사천의 핵심 기업이다. KAI가 있기 때문에 항공우주 관련 협력업체가 모이고, 연구개발 인력과 소비 인구가 유지된다. 우주항공청이 사천에 들어선 배경에도 KAI가 항공우주산업의 기반이 되는 업체들과 함께 사천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화가 KAI를 인수한 뒤 기능을 계열사별로 나누면 어떻게 되겠나. KAI의 연구개발 인력이 모두 한화 관련 계열사가 위치한 지역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사천에는 결국 생산기지만 남게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인터뷰를 마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국내에서 전투기 사업에 도전했던 회사 대부분이 손해를 견디지 못하고 포기했는데, KAI만 살아남아 개발에 몰두했고 성공했다. 그 뒤에는 정부의 지원과 국민의 지지, KAI 구성원의 노력이 있었다. 지금 한국 방위산업이 호황이라고 해서 KAI를 특정 기업에 넘긴다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전투기 등 신무기를 개발하는 모습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노동자들이 품질과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KAI의 공적 성격과 독립성을 지켜달라."
조합원이라고 생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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