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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애앵—.”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자동차 경적과 오토바이 엔진 소리 사이로 낮고 긴 굉음이 귓전을 파고들었다. “이스라엘 무인기(드론)예요.” 동행한 현지인이 말했다. 거리에는 담배 연기와 매연, 진한 향수 냄새가 뒤섞였고, 폭격으로 훼손된 건물 옆에선 새 건물을 올리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도심 호텔에선 하루 한두 차례씩 정전이 발생했다. 특히 매일 오후 4~6시쯤 정부 전력에서 민간 발전기 전력으로 전환되는 동안 불이 꺼졌다. 베이루트 국제공항에선 총을 발치에 둔 채 물건을 고르는 군인도 마주쳤다. 지난달 20~24일 돌아본 베이루트는 전쟁과 일상의 경계가 흐릿한 도시였다. 사람들은 태연히 하루를 이어갔지만, 그들의 말에는 여전히 전쟁의 공포가 배어 있었다.
“오늘 산 차가 내일 폭격에 부서질 수도 있잖아요.”
베이루트 동북쪽 도라(Dora)에서 만난 중고차 판매업자의 말이다. 그는 올해 초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촉발된 이스라엘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전쟁 이후 자동차 판매량이 90%나 급감했다고 했다. 언제 다시 폭격이 시작될지 모르는 데다, 사람들은 새 차보다 파손된 집을 고치는 일이 급하다는 것이다. 휴전 소식에도 시민들의 지갑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생계도 팍팍해졌다. 한 택시기사는 하루 기름값만 40~50달러(약 5~6만원)가 든다고 털어놨다. 실제 국제 유가정보 사이트 글로벌페트롤프라이시스에 따르면 레바논의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10월 L당 약 0.71달러에서 지난달 말 1.35달러로, 1년 새 약 90% 올랐다. 예술을 공부했다는 카페 청년은 생계를 위해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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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전쟁이 다시 시작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레바논을 떠나고 싶다고 했다. 한 시리아계 상인은 다른 가게에서 도둑이 물건을 훔치는 장면을 목격했다며 치안에 대한 불안도 전했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의 명문 사립대 아메리칸대(AUB) 학생 3명이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 중 (왼쪽)공학과 4학년생 하산 자이노(21)와 심리학과 1학년생 니나(18)는 전쟁과 경제난 속 청년들의 현실을 전했다. 베이루트=한지혜 기자
베이루트 명문 사립대인 아메리칸대(AUB) 학생들도 다르지 않았다. 심리학과 1학년생인 니나(18)는 “폭격 때문에 갈 수 있는 곳이 제한됐다. 친구들과 놀러 갈 수 있는 지역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레바논을 떠나고 싶었지만 부모님이 아직 어리다며 반대했다”며 졸업 후 해외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공학과 4학년생인 하산 자이노(21)는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월급은 오르지 않는다. 오르는 건 물가뿐”이라고 했다. 장학금 덕분에 대학에 다닐 수 있다는 그는 “기회가 생긴다면 독일이나 이탈리아, 영국, 미국으로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전쟁의 상처는 무너진 건물뿐 아니라 청년들이 그리는 미래에도 남아 있었다.
이들의 불안에는 이유가 있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올해 3월 2일 이후 이스라엘 공격으로 4389명이 숨지고 1만2428명이 다쳤다. 2023년 10월 이후 누적 사망자는 8956명에 달한다. 지난 6월 휴전에도 이스라엘군은 남부 일부 지역에 주둔하며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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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란 세력인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이란의 자금 지원을 받아 드론과 폭발물 등을 확보하며 재무장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전쟁의 기억은 일상적인 물건에도 스며 있었다. 베이루트의 한 편집숍에는 밤하늘의 별을 그린 잡화가 진열돼 있었다. 매장에는 과거 이스라엘 국기의 별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별을 그릴 수 없었지만 이제는 자유롭게 그릴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이 적혀 있었다. 실제 금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평범한 별 하나에도 분쟁의 기억이 담긴 셈이다.
기자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방문한 요르단 암만 레인보우거리의 한 편집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얼굴 사진이 붙은 마네킹 뒤로 수박 그림이 그려진 컵들이 판매되고 있다. 수박의 빨강, 초록, 검정색은 팔레스타인 국기를 연상시키는 연대의 상징이다. 암만=한지혜 기자
그렇다고 일상이 절망에만 잠식된 것은 아니다. 레바논 동부 바알베크 출신 상인 파티마는 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가게를 찾아왔던 일을 떠올렸다. 장사가 어려워진 와중에도 돈이 부족한 손님을 대신해 물건값을 내준 적이 있다고 했다.
베이루트 거리에서 자주 들리는 말은 ‘하비비(حبيبي)’였다. 아랍어로 ‘내 사랑’, ‘친애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현지에서 만난 한 레바논 정보기관 관계자도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환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Korea? North or South? Welcome, friend!(한국이요? 북한인가요, 남한인가요? 환영해요, 친구!)”
밤이 되면 베이루트의 상。과 카페에는 다시 불이 켜진다. 경적 소리와 사람들의 목소리가 거리를 채운다. 언제 또 드론 소리가 들려올지, 언제 다시 전기가 끊길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사람들은 서로에게 말을 건넨다. “하비비.”
일 이후 이스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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