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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영환해망
댓글 0건 조회 2회 작성일 26-11-0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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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르는 여정> 포스터 ⓒ 영화사 진진 춘희(김혜옥 분)는 건축가 남편이 설계한 집에서 함께 황혼을 맞이하려 했건만, 홀로 남은 채 유품인 피아노와 승용차, 아끼는 화분만 챙겨 도심 아파트로 이사한다. 정든 집은 부동산에 내놓았다. 춘희의 헛헛한 심정과 달리 아파트 단지에는 봄날의 벚꽃잎이 흩날린다. 춘희는 오랜 인연을 이어온 조율사 원해(김종구 분)와 함께 피아노를 옮기려 한다. 하지만 1층 아파트에 피아노를 들이려면 가로수를 베어야 할 판이다. 난감한 두 사람 곁에 낯선 청년이 끼어든다. 말투가 어색한 그는 대뜸 15층 자기 아파트에 피아노를 두고 매일 들르면 된다고 설득한다. 당황스럽긴 했지만, 집을 둘러보니 안성맞춤 조건이다. 그렇게 독일에서 모종의 사연을 품고 한국살이를 시작한 지휘자 민준(저스틴 민 분)과 만난다. 쓸쓸히 여생을 보낼 것 같던 춘희에게 새로운 인연이 생겼다. 더불어 민준이 피아노를 지도하는 소년 성찬(박대호 분)과도 허물없는 사이로 이어진다. 적막을 뚫고 새로운 선율이 춘희 앞에 흐른다. 사회적 주제를 놓지 않는 인간 드라마 명인의 신작 2018년 영화 <나는 보리>를 만났다. 당시 김진유 감독은 농인 부모 사이에 태어난 'CODA'인 자전적 경험을 첫 장편 데뷔작에 녹여냈다. 부모님과 남동생, 보리로 구성된 4인 가족 중 주인공 보리만 청인이다. 큰딸은 항상 비장애인 이웃과 장애인 가족의 의사소통을 통역하며 징검다리 노릇을 도맡는다. 하지만 자신만 청인이기에 오히려 가족 사이에선 외떨어진 기분을 참을 수 없다. 차라리 나까지 농인이 되면 어떨까? 발칙하면서도 애달픈 보리의 작전이 시작된다. 바다이야기기계 김진유 감독은 전작에 이어 두 번째 장편 역시 고향 강릉의 색채가 진하게 묻어난 작업을 공개했다. <흐르는 여정>은 감독이 나고 자란 고향의 풍경을 관광지 홍보하듯 과시하지 않는다. 대신 오랜 세월 그 땅에서 살아온 사람만이 포착할 수 있는 숨은 명소들을 슬쩍 안내하듯 화면에 흩뿌린다. 강원도의 자연 속 지방 도시가 품은 정취와 근교의 풍광이 자연스레 화면에 흐른다. 그것만으로도 훈훈한 위로가 되는 느낌이다. 영화는 제목 그대로 춘희가 이사한 곳에서 기대한 적 없는 이웃들과 만나며 천천히 흘러가는 여정을 그린다. 남편을 여의고 슬하에 자식도 없는 주인공을 위로하는 오랜 지인들이 없진 않지만, 오랫동안 부부생활에 익숙한 탓인지 초반엔 적응에 어려움이 제법 있다. 하지만 선량한 심성을 내려놓지 않고 작은 호의를 쌓아간다. 복도식 아파트 복도에 고인 빗물을 쓸어 내고, 계단 문턱에 작은 쉼터를 마련한다. 어쩌다 동 이웃에게 과일을 선물하고 환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홀몸이 된 후 하나둘 추억을 정리하며 과거를 회상하던 춘희의 일상에 비집고 들어온 건 졸지에 피아노를 。유한 민준이다. 처음엔 미심쩍은 눈으로 희귀한 고가의 피아노를 날로 먹는 것 아닌가 긴장했지만, 뜯어보니 나쁜 사람은 아닌 듯하다. 가까워지며 사연을 들어보니 딱한 구석도 제법 많다. 무엇보다 피아노를 잘 다루니 늘 남편의 연주만 지켜봤을 뿐인 춘희로선 자신보다 더 잘 어울리는 임자를 만난 기분이다. 해외입양, 학교 밖 청소년, 독거노인의 대안가족 탄생하다 릴게임신천지릴게임소스 그렇게 봄날의 햇살은 여름철 작렬하는 햇볕으로 바뀌고, 계절은 이윽고 단풍이 지는 가을로 향한다. 우여곡절을 겪다 보니 어느새 춘희는 아파트 생활에 적응을 마친 듯하다. 나이 차이를 초월해 오랜 우정을 나눈 벗 나경(공민정 분)과도 허물없이 속사정을 나눈다. 무엇보다 천연덕스럽게 왕래하는 사이가 된 민준, 그의 제자 성찬과는 집밥을 나누며 3대에 걸친 가족처럼 마음 나누는 관계를 형성한다. 마치 망망대해에 외따로 떨어진 섬과 섬이 이어지듯 그렇게 대안적인 가족이 탄생한다. 혈연이란 선택할 수 없는 인연이 아니라 고립된 이들의 사회적 연대가 새로운 형태의 가족으로 자연 진화한 것처럼, 이 작은 공동체는 두께를 더한다. 이윽고 맞이한 가을은 수확의 계절, 도시 바깥은 초록이 알록달록한 색으로 물든다. 그와 함께 고작 몇 달이라 해도 세상에 없던 귀한 인연을 쌓던 이들의 궤적도 이제 나뉠 시간이다. 마치 사계절의 순환을 닮아가듯. 그 과정에서 중간에는 잘 잡히지 않던 감독의 메시지가 。. 또렷해지며 형체를 갖춰나간다. 이게 이런 의미였구나! 뇌리에 순간 섬광처럼 번득이는 묵직한 주제의식은 한국 사회 주변부 소수자들을 일일이 호명하며 보듬는다. 설익은 연출이라면 '불행 포르노'로 치닫기 딱 좋은 소재가 가득하지만, 감독과 제작진은 이를 단호히 배격하는 미덕과 경륜을 선보인다. 이건 학교에서 잘 배운 것만으로 체화되기 힘들다. CODA 가정에서 나고 자란 경험적 성찰의 개가다. 새로운 대안 가족 구성원을 살펴보자. 민준은 해외 입양아다. 독일에서 좋은 양부모를 만나고 음악적 재능을 꽃피울 기회를 얻었지만, 그렇게 운이 좋지 못했던 사례 역시 부지기수임은 '아동 수출국'이란 오명의 역사로 입증된다 모바일 야마토게임동영상 . 하지만 그처럼 성공적으로 성장한 경우에도 어느 순간 찾아온 친모에 대한 궁금증과 그리움까지 떨쳐 낼 수는 없다. 지휘자 활동을 중단한 그는 어떻게든 이 후유증을 해소하고자 만리타향 한국으로 귀환했다. 경계에 선 존재가 필연적으로 겪는 상흔이다. 민준의 애제자 성찬은 학교 밖 청소년으로 설정된다. 천부적 재능을 갖췄지만, 부모 없이 새벽과 저녁 배달로 생계를 이으며 혼자 지낸다. 좋은 스승과 인심 좋은 '할머니'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소년의 장래가 어떻게 됐을지 상상만 해도 아찔하지 않은가. 여기에 사회면에 종종 오르내리는 아파트 단지 내 야박한 비정규직 처우, 춘희가 수어 통역으로 봉사하는 병원 내 농인들의 초상까지, 영화는 여러 사회 현안을 품은 장치를 살짝 드러내며 환기한다. 한국 사회가 우회할 수 없는 화두를 던지다 물론 사회 단면을 여기저기 감춘 것 만으로 작품의 진가가 그치진 않는다. 막판이 되면 그간 덤덤하던 관객의 눈시울이 갑자기 불거진다. 하지만 신파 드라마의 통속성과 뭔가 다른 터라 당황스럽다. 내가 갑자기 왜 이러지? 물론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가 절묘하게 막판 화력을 집중하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해소될 차원이 아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예비 관객에게 과도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지만, 장뤼크 고다르의 자기 결정권 의제가 화두라는 정도만 살짝. 감독은 고(故) 류이치 사카모토가 오랜 투병 생활을 겪으며 피할 수 없는 죽음 앞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음악혼을 불태웠던 일련의 작업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오리지날손오공 생기를 쥐어짜듯 사력을 다해, 동일본 대지진 후유증에 시달리던 동북 지역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임종 직전까지 돌보던 거장의 손짓이 촉망받는 지휘자인 민준의 섬세한 손놀림, 듣는 이의 가슴에 산, 바다, 호수를 떠올리게 이끄는 성찬의 손가락 끝에서 재현된다. 대안적 해석이 빛을 발한다. 여기에 춘희의 내심을 유추하게 돕는 감성 소품이 시선을 잡아끈다. 마치 근대 동서양 건축양식이 융합한 듯 아기자기하면서도 따스한 질감으로 다가오는 춘희의 옛집 디자인, 조율사 명장이 출장을 마다하지 않는 '스타인웨이' 그랜드 피아노의 웅장한 위용, 기성세대에겐 추억 속 성공한 삶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던 '각 그랜저'의 클래식 매력이 빛을 발한다. 골동품의 품격을 표상하는 이런 배경 장치는 상업영화에서 '작가주의'에 도전하는 감독의 태도와 닮았다. 감독은 고향 강릉을 떠나지 않고 오랜 시간 단편으로 역량을 닦으며 영화판에서 입지를 닦아 왔다. 개인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강원독립영화협회 대표와 정동진 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등 궂은일을 도맡았다. 지역 영화예산 전액 삭감 조치에 대응하는 활동에도 선두에 서 왔다. CODA 당사자로서 목소리 역시 꾸준히 내 왔다. 그런 다양한 사회적 연대가 개인 창작과 연동하며 가볍지 않은 사회적 의제 제기를 설익거나 성기지 않게 제시하는 저력으로 작용한다. 극장 문을 나서는 순간, 울림이 멈추지 않는 드라마 그런 감독의 작가적 야심이 응축된 영화는 독립영화에선 보기 드문 출연진 역시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1980년, '전원일기'부터 TV에서 친숙한 얼굴이던 김혜옥 배우는 춘희 역으로 놀라운 연기를 펼친다. 푼수지만 정 많은 어머니 역할도, 고약한 시어머니 노릇도 막힘 없이 소화하는 감초 조역으로만 생각했던 선입견을 뭉개버린다. 여기에 할리우드 스타 저스틴 민이 경계인을 구현한 민준을, 실제 피아노 신동 박대호가 성찬 역으로 첫 연기를 가뿐히 소화한다 백경 릴게임 . 여기에 감독의 전작들에서 인연을 맺었던 배우들이 특별출연해 빛을 더한다. 이들은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영화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 경우 종종 억지로 끼워 넣다 엇박자가 나곤 하는데, 작은 역할도 기꺼이 맡은 성의에 더해 능란한 연출력 덕분에 군더더기 없는 눈호강으로 귀결된다. 그렇게 대중영화에 도전한 감독은 시장과 산업의 규칙 테두리 안에서 경쟁하되 독립영화 작가의 '영혼'은 저당 잡히지 않겠다는 굳건한 심지를 굵직하게 작품에 새긴다. 지금 한국영화에 필요한 태도다. 사계절의 순환, 등장인물들 인연은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처음엔 춘희가 아무리 가르쳐도 한국 문화 적응에 애를 먹던 민준이 마침내 터득한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返)"에 답이 있다. '회자정리', 즉 '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지게 되어 있다'라는 말은 인간이 억지로 거스를 수 없는 생자필멸의 원리이자 만남엔 끝이 있다는 인생의 순리다. '거자필반'은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온다'란 뜻대로 헤어짐은 단절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란 순환을 이른다. 그렇게 영화는 가볍지 않은 통찰과 묵직한 사회적 의제를 교차해 세상의 엄연한 이치를 일깨우는 방향으로 향한다. 감성 터지는 신파는 막바지에 철철 넘치지만, 요즘 관객 흥분시킬 '도파민'은 좀처럼 찾기 어렵다. 하지만 도파민 없는 영화로 도달할 수 있는 경계의 극한까지 감독은 밀고 나간다. 그 극。에 닿으면 비로소 보이는 풍경 앞에서 아마 일부 관객은 한참 멍하니 화면만 바라보게 될 테다. 일희일비의 시류를 잠깐 벗어나는 압도적 풍광을 봤으니까. <흐르는 여정> Journey There 2025 한국 드라마 2026.10.28. 개봉 125분 전체관람가 감독 김진유 출연 김혜옥, 저스틴 민, 공민정, 박대호 제공/제작 파도 투자/배급 ㈜영화사 진진 감독의 작가적 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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